살아가는이야기 2011. 3. 16. 01:40
그래요, 다나까 씨. 솔직히 나는 당신, 일본인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당신들은 우리 땅인 독도를 당신들 것이라 우기고, 식민 지배를 통해 한국이 근대화 되었다고 우겼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베이징 올림픽 야구 하이라이트는 케이블 방송에서 방송을 할 때 마다 꼭꼭 챙겨보면서 통쾌함을 곱씹습니다. 
며칠 전, 센다이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쓰나미까지 닥쳤다는 속보를 보고 당신네 나라에서 늘 있는 지진이겠거니, 워낙 지진에 이골이 난 나라이니 집 몇채 부서지고 사람 몇 다치고 끝나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벌써 확인된 사상자만 1만명을 넘었고 실종자까지 합치면 10만명이 될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당신이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 마을들에 검은 물이 덮쳐오고, 집들이 무너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그렇게 무너져 내리고, 내 가족들 중 누군가는 행방도 알 수 없는 상태라면 도대체 내 마음은 어떠했을까...

미안합니다. 내 나라 대한민국에서,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우상을 많이 섬기는 일본에 대한 천벌이라는, 정말 천벌 받을 망언을 내뱉는 목사가 있어서요.

또, 미안합니다. '일본침몰'이라고 영화 같은 제목을 붙여서 당신네들의 소식을 전하는 방송이 있어서요.

그러나, 당신의 나라에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 여기도 당신의 불행을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일본 열도에서 사는 일본인, 나는 이 곳 한반도에서 사는 한국인.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우리는 그냥 작은 지구 마을에 사는 같은 인류일 뿐입니다. 오늘 당신이 당하는 일이 내일은 나에게 닥쳐올 지도 모릅니다. 이 지구 위의 어느 누구도 영원한 안락을 누릴 수는 없기에 일본의 당신에게 닥친 불행에 안도의 한숨만 내쉬거나, 남의 일인 것처럼 손가락질 할 수만은 없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지진과 쓰나미, 핵발전소 폭발까지 덮친 일본에서 묵묵히 당신의 삶을 살아 내는 것 처럼, 나도 여기 한국에서 나의 삶을 살아갑니다. 회사를 쉬고 구조를 돕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갈 정도의 인류애를 나는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당신이 그런 것 처럼, 나 역시 목구멍이 포도청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고통에 무심해 지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닥칠 어떤 불행 앞에서 무심해지지 않을 것 처럼 말이지요. 나는 당신을 돕기 위해 아주 작은 기부 밖에 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절망하지 않기를, 기어이 일어나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하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들이 저질렀던 2차대전을 반대합니다. 그건 나빴습니다. 그러나 그 패배한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다시 일어섰던 당신들의 의지와 용기가 이번 지진과 쓰나미 앞에서도 발휘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0만의 가족, 친지를 잃은 슬픔도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힘을 내요, 다나까 씨.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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