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2011. 3. 1. 04:12
    집에 쿡TV - 아, 이제 올레 TV로 바뀌었지요-를 설치하고 나서, 휴일 전날 처럼 부담 없는 시간에는 늦게까지 지나간 영화를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귀여운 여인, 제리 맥과이어 뭐 그런 옛날 영화들이죠.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몇번을 봤던 영화라도 다시 또 새로운 기분으로 볼 수 있다는 거. 예전 영화를 다시 보면 예전에 볼 때는 안보였던 것이 보이고, 예전엔 놓쳤던 대사들이 들려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귀여운 여인에서 리차드 기어가 비상 계단을 타고 줄리아 로버츠 집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아, 리차드 기어가 사랑을 얻기 위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내는 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영화를 볼 땐 하지 못했었지요. 얼마 전에 귀여운 여인을 보면서야 리차드 기어가 고소 공포증 때문에 베란다에도 나가지 못한다는 사실과 마지막의 그 비상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을 오버랩 시킬 수 있었습니다. 
    제리 맥과이어를 보면서는, 정말 멋진 대사 하나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탐 크루즈가 마지막에 르네 젤위거에게 돌아와서 고백하는 대사 중에 한마디... 누구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짧고 굵은 영어 대사 한마디... 

    "You complete me."

    오~. 완전 감동이었죠?  안보신 분 꼭 보세요!! 완전 강추합니다.

    오늘 봤던 영화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입니다. 주연인 잭니콜슨과 헬렌헌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을 안겨줬던 영화답게, 두 사람의 연기가 정말 징그러울 정도죠! 영화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명대사를 살펴봅시다.
    강박증에 괴퍅하고 독설만 일삼는 '악마'같은, 그러나 인기작가였던 멜빈(잭 니콜슨)이 이웃에 사는 게이 화가 사이먼이 강도를 당해 다친 바람에 억지로 사이먼이 키우던 강아지를 맡아 돌봐주게 되면서 점차로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러면서 늘 다니던 식당에서 자신의 괴퍅함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주던 웨이트리스 캐롤(헬렌 헌트)과도 친해지게 되고, 어찌어찌해서 멜빈,캐롤은 사이먼을 태우고 자동차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 영화의 주옥 같은 작업용 대사는 이 여행을 하는 중간에 멜빈과 캐롤이 같이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같다가 자켓을 제대로 입지 않아서 입장이 거부된 멜빈. 식당에 준비된 옷은 멜빈의 위생 강박증 때문에 입지를 못하고 급히 옷을 사러 나간 멜빈은 어찌어찌 자켓을 구하고 넥타이까지 하고서 식당에 있던 캐롤한테로  돌아옵니다.  
    자켓을 멋있게 차려 입은 멜빈한테 캐롤은 You are great! 를 연발하며 칭찬을 하는데, 멜빈은 '나는 새 옷을 사게 하고, 당신은 집에서 입는 드레스 그냥 입고 들어오게 하다니 이해가 안된다'는 정말 정나미 떨어지는 소리를 합니다.
    요 대목에서, 캐롤이 얘기하지요. '당신의 그 얘기가 나 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아느냐, 나는 지금 칭찬이 필요하다. 나한테 칭찬 하나만 해봐라'
    당연히, '아! 캐롤! 당신은 너무 아름답소. 어쩌구, 저쩌구...' 하는 대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멜빈은 또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나는 고쳐야 할 것이 있다. 나 같은 강박증 환자 중 50~60% 한테는 약이 복용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단다. 나는 약을 증오한다. 정말 '증오'한다. 그런데, 내가 당신을 칭찬하고 싶은 것은 그거다. 당신이 나를 찾아왔던 그 다음날 부터 내가 약을 먹기 시작했다는 거'
    엥? 이게 뭥미? 다시 보면서도 이게 뭔 소리인가 했습니다. 캐롤도 마찬가지였겠죠?
    '그게 어떻게 나에 대한 칭찬이냐? 이해가 안된다' 

    멜반이 답합니다. 

    "You made me wanna be a better man."

    아, 감동이지 않습니까?  손발이 오글오글 해지는 것 같죠? 물론 이 대사 바로 다음에 완전 말도 안되는 얘기로 캐롤과 싸우게 되지만....  저 한마디의 대사는 멜빈이 캐롤에게, 또 캐롤이 멜빈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주지요. 
    
   좀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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