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2011. 1. 19. 03:48
김연아는 알겠는데, 김자인은 누구야? 라고 하실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아니 다른 나라 사람이라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김연아 선수를 비교하고 있는, 여러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름을 잘 못들어 본 그녀, 김자인은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입니다.

스포츠클라이밍 이라는 단어에서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했던 클리프행어 라는 영화? 아니면 탐크루즈가 간지나게 사막 한가운데 암벽을 타고 올라가던  미션 임파서블2?
근육질의 우람한 사나이들이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하며 즐기는 것이 스포츠클라이밍이라 생각을 하시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답니다.  1995년 유럽 여행 때 만났던 미국인 친구가 클라이밍 하러 샤모니에 간다길래 같이 동행했던 적이 있는데, 딱 저같은 체형이 클라이밍에 적격이라고 하더군요. 팔다리 길고, 체격 너무 크지 않은 스타일. 그래서 저도 한번 꼭 배워보겠노라 했었는데, 뭐 그냥 생각만 하고 결국 배워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어쨋거나 그렇게 그냥저냥 십수년을 지내오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김자인 선수에 대한 얘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작년 11월말 쯤이었나 봅니다. 아시안 게임 때문에 시끌벅적 하던 그 때, 그리 길지 않은 기사로 어린 여자 선수가 월드컵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를 5연패 했다, 그것도 2위하고 엄청난 격차로 1위를 했다, 그래서 월드랭킹 1위에 각 부문을 종합한 통합 랭킹도 1위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김자인 선수는 김연아 선수와 같은 학교 같은 학과 입니다(고려대 체육교육과) 김연아 선수는 코치와 다투기만 해도 신문에 난리가 나는데, 월드컵을 5연패를 했는데도 어찌 나는 김자인 선수를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기사를 찾아보게 되었고 트위터에서 팔로잉도 하게 되었지요.

저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몸무게를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버텨내면서 암벽을 올라가는 클라이밍이 참 멋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스포츠보다 원초적이고, 그래서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에 더 가까운 운동이 아닐까 합니다. 
또 그런 원초적인 스포츠에 김자인 선수는 참 너무 갸날프고 약해서 안어울릴 것 같은데, 너무나 잘 해내어 월드컵 5연패를 달성했다는 것이 더욱 대단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김자인 선수는 웃는 것이 너무 에쁜 여자 선수 입니다 .사진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높고 가파른 암벽을 올라갈까 싶습니다만...


뭐 이 정도 암벽은 웃으며 올라주시는 포스도 발산하십니다. ^^ 정말로 대단한 노력과 재능을 갖춘, 대한민국이 자랑해야 할 또 한 명의 국민 여동생인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적은 것 같아 별볼일 없는 저같은 사람이라도 좀 알려야 겠다 싶어 블로그에 까지 글을 쓰게 되었네요.
적어도 저한테는, 김자인 선수가 스포츠클라이밍 계의 김연아가 아니고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 계의 김자인입니다. 뭐, 김자인 선수가 선배 잖아요. 그러니깐 당연히 그래야지. 게다가 월드컵 우승이 다섯번인데.
다 저 같이 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요런 마이너리티도 긍정적으로 봐주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깐 저는 대한민국 선진화의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중이라는 것이죠..ㅎㅎㅎ 

참고로.. 저는 스포츠 클라이밍을 아직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트리플 러츠, 트리플 악셀 해보지 않고 피켜 스케이트화 한번  신어보지 않아도 김연아 선수의 팬이 되는데 부적격이지 않은 것 처럼, 저 역시 김자인 선수의 팬이 되는데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클라이밍 월드컵이 리드, 스피드, 볼더링 요렇게 세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지는 것은 알고 있답니다. 리드부문은 13m 이상 높이에, 다양한 난이도, 경사각으로 이뤄진 인공암벽을 등반한 거리로 순위를 매기는 난이도 경기이고요, 스피드는 정해진 루트를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를 겨루는 경기, 볼더링은 상대적으로 낮은  암벽을 로프 없이 오르며 등반 기술을 겨루는 경기랍니다.

참고2. 김자인 선수는 등반가족의 막내입니다. 아버님은 대한산악연맹 고양시 부회장, 어머님은 스포츠클라이밍 공인심판, 오빠 둘은 다 선수...  삼남매 이름은 자하, 자비, 자인인데, 등산 장비인 자일의 '자'를 돌림으로 해서 하켄, 비너, 인수봉에서 각각 한자씩 따서 이름을 지었답니다. 대단한 산 사랑 가족이라 생각되지 않으세요?

자, 마지막으로... 당신이 벼랑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다가 힘겹게 바위 모서리를 잡았다 칩시다. 아니면 불이 나서 얼른 창 문을 통해 위 층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도 아니면 뒤에서 칼든 강도가 쫓아와서 도망을 치다가 당신 키만한 높이의 담벽과 맞닥뜨렸다 생각해봅시다.
그 상황에서 강호동은 과연 자기 몸무게를 버텨서 낭떠러지를 기어 올라가거나, 위층 창문을 올라가거나, 아니면 앞을 가로막은 담벽을 넘어설수 있을까요? 택연은? 비는?
원초적이며, 자기 자신의 몸과 힘의 균형을 찾아가야 하는 운동, 스포츠 클라이밍의 매력이 거기에 있습니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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