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드디어! SK텔레콤에도 출시가 되는군요. SKT의 아이폰 도입은 시간 문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폰5 가 도입되는 시점이 아닐까 싶었는데 예상 보다는 조금 빨리 결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그만큼 아이폰 없는 SKT는 힘들었다는 얘기겠지요.
사실 디자이어HD, 베가X가 KT에서 출시되던 시점부터 이런 움직임은 감지가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디자이어HD를 만든 HTC는 스마트폰 초기부터 SKT로만 제품을 출시했던 끈끈한 관계였죠. 베가X를 만든 팬택는 원래 SK그룹 계열사였던 SK텔레텍을 인수해서 SKY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어 역시 SKT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였고요. 그런 제조사들이 프리미엄급 단말기를 KT로 먼저 출시를 했을 때 부터 '아, SKT 내부에 뭔가 변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실질적인 춘추전국 시대로 들어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제까지야 'SKT+안드로이드' Vs. 'KT+아이폰' 이라는 대결구도 하에서 국내 제조사들은 SKT의 보호 아래 커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밀리언셀러로 등극한 갤럭시S 역시 SKT의 강력한 후원이 없었다면 사실 성공을 자신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자, 이제 딴 동네 애들이 들어와서 설치면 나서서 때려 주던 동네 형아가 그 딴 동네 애들하고 손을 잡고 말았습니다. 그 동안 동네 골목은 주름잡고 있었는데, 이제 골목을 다른 동네 애들이 주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위기감이 감도는 이동통신 동네의 혈투는 어떻게 전개 될까요?
SKT가 아이폰을 도입할 경우, 최소 월 20만대 최대 40만대 정도는 판매를 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애플의 단말기 공급이 부족할 경우라도 최근 KT에 공급한 수량 정도는 공급해 줄 것이고, 그러면 최소 월 20만대는 판매가 될 것입니다. 공급이 충분하다면 40만대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어쨋거나 아이폰이 잡아 먹게 되는 20~40만대의 물량은 국내 제조사들한테 바로 마이너스로 작용할 겁니다. 그렇다면 제조사별 손익 계산서를 한번 예상해 볼까요?
  • 가장 큰 피해자는 LG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싸이언 브랜드도 버리고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타이밍이 참 안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출시한 옵티머스 2X가 SKT 독점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상당히 판매가 잘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KT에는 2X 모델은 출시가 되지 않았고 향후 옵티머스 블랙이라는 슬림모델만 출시가 될 겁니다. 9.2mm 대의 슬림한 두께, 노바 LCD 등이 세일즈 포인트인 것 같은데 8mm 대의 두께에 듀얼코오 CPU로 출시될 갤럭시S2에 밀릴 가능성이 높을 것 같군요. 그리고 모토로라의 신무기, 아트릭스도 KT로 출시된다고 하니 설상가상입니다. 
  • 삼성은 SKT와 KT 양쪽에 다리를 다 걸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넥서스S, 갤럭시S2 등 향후 주력이 될 모델들이 SKT와 KT 양쪽으로 출시가 됩니다. KT와 관계가 더 돈독해지겠지만, 예전 KT로 아이폰이 출시될 때 SKT와 그랬던 것 처럼 생사고락을 같이 할 동맹군처럼 되지는 않을 겁니다. KT 로서는 삼성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세우느냐가 SKT 아이폰으로 인해 줄어들 M/S 를 최소화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겠지만,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아이폰 수량이 그렇게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SKT가 그랬던 것 처럼 삼성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못할 입장입니다. 어찌 보면 삼성은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판매를 다각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팬택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만, 아이폰으로 인해 줄어든 SKT 내에서의 share를 KT에서 보충하기에 LG보다는 나은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존에 이자르, 베가X로 이어지는 스마트폰을 KT에서 출시했고 두 모델 모두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단기간내에 스마트폰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여 경쟁력 있는 모델을 생산해 낸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이 됩니다. 어쩌면 회사의 규모가 LG보다는 적어서 그러한 변화를 좀 더 빠르고 쉽게 가져온 것이 아닐까요.

국내 제조사별로 예상되는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KT 는 앞으로 어떨까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만,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폰으로 인해 뺏아왔던 SKT의 가입자를 이제는 뺏아오기 힘들게 되었으니 예전보다는 힘들어지겠지요. 하지만, SKT가 아이폰을 출시한다고 해서 KT의 기존 가입자가 SKT로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으니 이제까지  누려왔던 독점점 지위가 좀 흔들릴 뿐이지 KT가 아이폰을 도입하기 전보다 크게 나빠질 것은 없습니다.
거기다가 KT에 등을 돌려왔던 삼성전자, 모토로라 같은 쟁쟁한 제조사들이 KT에도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으니까 그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휴대폰 중에서 무언가 대박이 하나 터지기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한적인 월 판매량 (대략 40~50만대) 내에서 아이폰, 삼성 갤럭시S2/넥서스원, LG의 옵티머스 블랙, 그리고 KT테크, HTC 등 다른 업체들까지 챙겨주기가 만만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가장 확실한 예측은, 최후에 애플만이 웃게 될 것이라는... 우리 나라로 봐서는 우울한 것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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