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아이폰 출시에 따른 국내 휴대폰 제조사별 손익 계산을 어제 제 맘대로 정리해봤습니다만, KT가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도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많은 난관을 뚫고 아이폰을 출시했던 KT가, 우리나라 이동통신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일 것입니다. 물론 회사의 수익을 위한 결단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이폰 도입을 위해 풀어야 했던 많은 문제들과 국내 제조사(특히 삼성전자)와의 갈등을 생각해보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일치단결해서 아이폰을 씹어대던 국내 언론들을 생각하면 참 힘든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언론사의 수많은 IT 담당 기자들이 앞으로는 아이폰에 대해 어떤 기사를 써댈지 많이 궁금합니다. 제대로 객관적인 정보와 분석을 제공해주던 기자분들도 있으시지만, 해외기사를 자기 맘대로 바꿔서 쓰레기 같은 기사만 만들었던 분들이 정말 많았죠.)
    그러나, 이제 아이폰은 SK텔레콤에서도 출시가 됩니다. KT가 열었던 스마트폰의 새로운 시대는 KT만의 것이 아니었고, 앞으로는 '아이폰+KT' Vs. '안드로이드+SKT' 라는 구도 자체가 무너지게 될 겁니다. 이런 변화에 KT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일단 통화품질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될 겁니다. 같은 WCDMA 망이지만, KT와 SKT는 데이터 통신을 제공하는 방식이 틀립니다. SKT는 데이터용 대역을 따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반면, KT는 대역을 분리하지 않고 음성과 데이터를 같이 운영합니다. 경제성에 있어서는 KT가, 데이터 통신 효율은 SKT가 유리하다고 하더군요.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망 품질이 많이 나빠지고 있는 듯해서, KT의 아이폰 사용자 중에서도 SKT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KT에서 확실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Wi-Fi, WiBro 등 보완할 수 있는 네트웍은 SKT보다 우위에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통화품질 쪽은 SKT도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일 겁니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품질에 대해 우위를 확보하는 사업자를 고객이 선택하겠지요. 
    다음으로 제가 SKT에 비해 KT가 절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구축입니다. KT의 올레마켓과 SKT의 T스토어를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지요. T스토어는 이미 작년 12월에 누적 다운로드 1억건을 돌파했고, 중국과 대만까지 진출을 했지요. 반면 올레마켓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앱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켓은, T스토어가 1등이고 애플 앱스토어가 2등, 안드로이드 마켓은 3등이랍니다.
    아이폰이 경쟁사인 SKT에서도 출시되는 이상, KT의 안드로이드폰을 선택하는 고객들도 풍부하게 누릴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스마트폰 하면 아이폰이었고, 아이폰의 앱 생태계는 KT가 아닌 애플이 구축해 왔었지요.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관심을 덜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안드로이드 사용자에 대한 배려에 앞으로는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겁니다. 
    다음으로 아이폰, 안드로이드 그 이후를 준비했으면 합니다.  리스크는 조금 있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아이폰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을 안드로이드만으로 채우려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KT의 전통적인 파트너인 노키아가 최근 MS와 손을 잡고 윈도우폰을 만들기로 했지요. 아직 그 영향력을 크게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윈도우폰7은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HP에서 출시하게 될 Web OS기반의 태블릿 같은 것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구요.  결국 KT로서는 줄어드는 아이폰 가입자를 채워줄만한, 대박을 터뜨려줄 단말기가 하나 터져줘야 할 텐데 그 후보를 너무 제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KT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종합적으로 이끌어 내기를 바랍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늘 답답했던 것은, 아이튠즈 스토어에 미국 드라마, 영화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미국 계정을 만들어야 구경이라도 할 수 있었지요.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미드나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서 맘대로 볼 수 있는 것 처럼,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그렇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스마트폰 가입자를 수도 없이 끌어 모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KT는 다른 회사가 가지지 못한 '올레TV'라는 인터넷 TV 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올라오는 수많은 컨텐츠들에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도록 라이센스 계약을 하고, 관련 시스템만 좀 보완하면 국내 스마트폰 유저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될 것입니다. 밥상은 다 차려져 있고, '스마트폰 라이센스'라는 숟가락만 하나 더 놓으면 되는 것이라서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제공이 되리라 예상은 됩니다만, 하루라도 빨리 제공되는 것이 고객에게도, KT에게도 좋은 일이 되겠지요.

영 가능성 없어 보이던 아이폰 국내 출시가 결국은 이루어졌고, 결코 양보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SKT가 결국 애플과 협상해서 아이폰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2년전만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군요. 결국 SKT의 아이폰 도입은, 고객을 위해서는 좋은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아이폰을 2개 통신사에서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 두 개 통신사가 안드로이드이든 아이폰이든 고객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는, KT의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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