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꽤 오래전 PDA에 무지하게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많이 구입하고 써 보기도 했습니다. 마침 회사에서 하던 일과 관련이 있어 PDA폰 출시 프로젝트에 간접접으로 나마 참여도 해봤구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PDA의 양대 산맥은 아무래도 Palm 과 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PDA 시절, Palm이 대단했었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모바일, 윈도우CE 등의 모바일용 OS를 출시하면서 양강 구도가 오래도록 지속이 되었었지만 OS 자체만 놓고 본다면 Palm OS 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예전에 Palm Vx 로 삼국지 읽고 게임하던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것은 소프트웨어의 왕국, 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Palm은 스마트폰으로의 진화에 실패했다고나 할까요, 몇가지 Palm OS 기반의 스마트폰이 출시되긴 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출시도 안되었고, 해외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 채 Palm 사를 HP가 인수를 해버렸죠.
어쨋거나 윈도모바일 6.5 버전까지 내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계속 이름을 유지해오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성을 높이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회심의 카드를 어제 공식 발표 했습니다. 바로 윈도폰7의 공식런칭입니다!!!
윈도폰7 OS에 대한 정보야 새로울 것도 없고, 올해 안에 출시된다는 9개의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사전에 정보가 많이 흘러 나왔던 편이라 역시 놀라운 소식은 아닙니다. 아마도 윈도폰7 공식 런칭은 그 동안 아이폰 Vs. 안드로이드 의 양강 구도로만 진행되는 듯 했던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예고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직도 M/S 1위는 저물어가는 강자 노키아입니다. 노키아의 심비안 OS는 그 세력이 많이 약해지고는 있습니다만 아직도 숫자로는 1위이입니다. 이번에 N8 이라는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업그레이드된 심비안 OS를 선보였죠. (KT로 출시될 거 같던데.... 언제 나오려나)
캐나다 회사 RIM(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 OS 역시 만만치 않은 M/S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블랙베리의 텃밭이던 기업시장을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이 잠식하면서 위기 상황이긴 합니다만....
이러한 기존 강자들 외에 앞서 말씀드린 윈도폰7이 공식적으로 런칭이 되었고, Palm을 인수한 HP에서도 Palm 의 Web OS 기반의 제품을 내년에 출시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에 노키아 + 인텔 연합의 MeeGo 도 내년에 출시가 될 것으로 보이구요.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아이폰, 안드로이드의 양강 진영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은 윈도폰7입니다. 아이폰은 OS와 하드웨어를 같이 만드는 유일한 회사, 애플에서 만든 걸작이긴 합니다만, 애플 혼자 만든다는 것이 또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지요. 각 나라마다 1개 사업자하고만 독점 계약을 맺고 아이폰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폰 처럼 동시 다발적인 출시가 어렵습니다.
반면 안드로이드의 경우 OS를 제조사에서 맘대로 갖다 쓸 수 있어 다양한 제품이 여러 제조사에서 출시 된다는 강점이 있지만 이 역시 양날의 칼처럼 다른 쪽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버전이 같은 안드로이드 OS 를 쓰는 단말기라도 OS 업그레이드는 각 제조사에서 따로따로 진행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는데다가, 다양한 버전과 다양한 하드웨어가 공존하다 보니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오는 어플들이 모든 단말기에서 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를 못합니다. 여기에 마켓에 대한 관리도 애플에 비해 엄격하지 못하다 보니 쓰레기 같은 어플이 많고 상대적으로 어플을 해킹해서 공짜로 쓰기도 편해서 개발자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이지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경쟁자들의 이러한 상황을 유심히 살피고, 좀 오래걸리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붙어보자 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윈도폰7은 딱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중간 쯤에 있습니다.
애플처럼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단말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윈도폰7을 만족시키는 하드웨어 스펙을 보다 엄격하게 규정해서 제조사간의 하드웨어 차이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 같습니다. 윈도폰7 OS에 대한 라이센스 비용이 다소 들어가기는 합니다만, OS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담이 덜하니, 제조사 쪽에서도 괜찮은 deal 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기존 윈도우 환경에 익숙한 수백만의 개발자가 있습니다. 윈도폰7이 제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양질의 어플을 공급할 자원은 충분히 갖춰져 있는 셈이지요. 이것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비해서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켓플레이스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또 문제이긴 하겠습니다만...
전쟁은 이제부터입니다. 아이폰/안드로이드폰의 단순한 대결구도는 윈도폰7의 귀환전까지의 투닥거림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경쟁이 보다 질좋은 OS와 하드웨어를 공급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posted by Mr.앤더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