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2017. 10. 12. 17:57

내가 이래뵈도 골프 구력은 어언 15년(2003년 쯤 시작)!! 그래도 아직 가끔 백타를 넘기는 미천한 실력(물론 가끔 80타 대를 기록할 때도 있다)이다보니, 장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오래 전부터 가지고 다녔다.

실제로 필드에서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든, 손목시계형 GPS 거리 측정기든 그렇게 많이 쓸 일이 없다. 대개는 캐디들께서 불러주는 거리가 제일 정확하다. 하지만 가끔 일부러 길게 불러주는 캐디도 있고 (아마추어들이 대부분 자기 실력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거리가 짧은 거 보다 길게 떨어지는 걸 기분 좋아하니까 그렇게 불러주기도 한다), 신입 캐디들의 경우 불러주는 거리가 틀릴 경우도 있어서 거리 측정기를 가지고는 다닌다.

실제로 레이저 거리측정기가 유용한 곳은 실내 연습장이다. 자기 아이언 번호 별로 거리가 얼마나 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 나라 드라이빙 레인지는 대부분 바닥이 경사져 있어 정확한 거리 파악이 힘들고, 심지어 표시된 거리가 틀린 곳도 많다. 또 표시된 거리가 정확 하더라도 연습장 내 타석 위치에 따라서 거리가 달라질 수도 있어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가지고 연습을 하면 거리 파악에 도움이 많이 된다.

내가 오래 써온 레이저 거리 측정기는 Leupold 사의 GX-2. Slope Compensation 기능이 있으면서 크기가 정말 컴팩트해서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그러나, 안개모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개낀 날 거리 측정이 안되는 경우가 많고 깃발을 타겟으로 거리 측정할 때 깃발에 맞았는지 그 뒤 나무에 맞았는지 확인이 어렵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새로 pin seeker 기능이 있는 부쉬넬 제품을 구하려고 알아보다보니, 부쉬넬 모델이 너무 다양하다. PGA 투어 선수들 90% 이상이 쓴다는 회사 제품이 뭐 이리 일관성 없이 만들어졌는지... 대충 고급형 / 보급형 정도로 라인업이 운영될 텐데 라인업 안에서도 변종이 꽤 있어서 복잡하다. 검색하다가 신경질이나서 내가 직접 정리를 해봤다. 기능별로 좀 설명을 하자면...

ㅇ Pinseeker : 깃발과 배경을 분리해서 앞에 있는 깃발 쪽에 촛점을 맞춰주는 기능. 현재 시판되는 모델은 대부분 이 기능을 갖추고 있다.

ㅇ Slope compensation : 우리말로 경사 보정. 미국 내 골프 선수들 투어에서는 이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규정위반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시판되는 제품은 투어용으로 경사보정 기능을 뺀 모델과 slope 에디션이 별개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미국이야 땅이 넓고 평평해서 이 기능이 없어도 괜찮을지 모르나 우리나라 골퍼에서 경사 보정 기능은 필수다. 최근 나온 부쉬넬 거리측정기 모델 중에선 기기에서 경사보정 기능을 끄고 켤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도 있으니 첨부한 기능 비교표 참조하실 것

ㅇ 최대 측정 거리 : 모델에 따라 조금 씩 다른데 사실 크게 의미는 없을 듯. 대부분 400m 이상이라 실제 필드에서는 어떤 모델을 써도 상관이 없다.

ㅇ Jolt : 깃발에 제대로 타겟팅 되면 진동이 짧게 오는 기능. 제대로 측정했다는 확신을 주긴 하는데 핀시커 기능 있으면 크게 의미 없을 거 같다.

ㅇ VDT : Vivid Display Technology 의 약자. 이름은 거창한데 일반적인 검정색 글씨 대신 붉은 색으로 눈에 잘띠게한 디스플레이란 얘기다.

ㅇ DDT : Dual Display Technology 의 약자. VDT와 일반 검정 글씨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

ㅇ 방수 : 100% waterproof 라 표시된 것도 있고, rainproof로 표시된 모델도 있다. 정확한 성능 표시가 안되어 있어 잘 모르겠으나 100%가 더 방수 성능이 좋을 듯. 일반적으로 방수 성능은 크게 필요하진 않으나 비오는 날 골프를 칠 때는 거리 측정기 꺼내기가 좀 불안 하긴 해서 있으면 좋은 기능이다.

 

세부적인 사양비교는 첨부한 비교표 참조하시길. 

 

부시넬모델별비교.pdf

부시넬모델별비교.xlsx

 

 

posted by Mr.앤더슨
:
살아가는이야기 2011. 11. 15. 01:22
절친한 형님께서 춘천 당일 치기 여행 구경거리,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셔서 메일로 정리하다보니, 사진 붙여 넣고 지도 링크하기가 티스토리 쪽이 편한 것 같아 갑작스런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춘선 복선 전철이 생기면서 춘천을 찾기가 쉬워져서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춘천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맛집으로 불리던 막국수집, 닭갈비집들의 음식 맛이 왠지 전보다 못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춘천 명동의 닭갈비 집들).
처가집이 춘천이고, 애를 처가집에서 키워주시다 보니 한달에 최소 세번씩은 춘천에 꼬박꼬박 간 것이 벌써 13년째입니다. 여기 저기 맛집을 찾아다니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오랜 세월 변함 없이 맛있는, 춘천 토박이들이 늘 찾는 식당들을 몇군데  소개시켜드리고, 구경하면 좋을 만한 곳도 몇군데 덧붙여 소개할 까 합니다. 

1.춘천에 가는 길 선택 : 급하지 않으시면 46번 경춘 국도로
   새로 만들어진 서울-춘천 고속도로로 테크노마트에서 춘천 명동까지 가는 거리는 93km, 시간은 길이 밀리지 않으면 대략 1시간 15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주말에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120% 밀립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46번 경춘 국도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밀릴 때 돌아갈 국도도 마땅치 않습니다.  사실상 서울-춘천 고속 도로라기 보다는 서울-홍천 고속도로 쯤 됩니다. 중앙선 춘천-원주 중간 쯤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앙고속도로로 춘천까지 꽤 한참 가야 합니다.
   결론적으로는 46번 경춘국도로 가시는 것이 길이 덜 밀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가는 길에 맛집들도 많구요. 항상 출발하시기 전에 1588-2504 고속도로 교통정보를 통해 서울-춘천 고속도로 상황을 확인하시고 길을 선택하시면 좋을 겁니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으시다면, 미사리 거쳐서 팔당대교를 건너신 다음, 6번 경강 국도 타고 가시다가, 45번국도, 남양주 종합촬영소 쪽으로 빠져서 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데다가 중간에 "죽여주는 동치미국수" 같은 맛집을 들려보시거나, 남양주 종합 촬영소 구경도 할 수 있습니다. 촬영소 근처에 있는 "왈츠와 닥터만" 이라는 커피 전문점&레스토랑도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2.국도로 가실 때 간식 거리 추천 : 에덴농산물센터휴게소 떡볶이와 가평잣과자  
   청평검문소 삼거리(여기서 좌회전 하면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지나서 약 5km 더 가시면 에덴스포츠타운 휴게소가 있습니다. 가는 방향 왼쪽에 "청평비타에듀기숙학원", "에덴유스호스텔"이라고 붙어 있는 큰 건물이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에덴스포츠타운휴게소" 간판이 보이고 휴게소 진입로가 나타납니다. (네비게이션에서 검색하실 때는 "에덴농산물센터휴게소"를 찾으시거나, 길 맞은편에 있는 "에덴유스호스텔"를 검색하시면 될 겁니다. 
  이 휴게소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시면 외부에 떡볶이와 도너스를 파는 매점이 있습니다. 젊은 아주머니(처음에 갔을 때는 새댁이었는데...)가 하시는데, 떡볶이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굵직한 쌀떡으로 떡볶이를 만드는데,  평소 떡볶이 절대 안먹는 저도 지나가다 꼭 들려서 사먹습니다.  많이 맵지도 않고, 뭔가 맛있는 육수를 쓰시는지 감칠맛이 나는, 아주 맛있는 떡볶이죠. 예전엔 고구마 맛탕도 같이 하셨는데 그것도 참 맛있었습니다. 요새는 맛탕은 안하시네요. (떡볶이 파는 가게는 아래 사진 참고)


   이 휴게소의 또하나의 명물은 가평잣과자입니다. 천안호두과자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만, 호두 대신 가평 잣을 넣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기계에서 자동으로 구워 나오는데, 금방 만든 것을 따뜻할 때 먹어도 맛있고 여름엔 아예 냉동실에 넣어 얼렸다 먹어도 맛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천안호두과자 보다 훨씬 맛있는 것 같습니다.

3.춘천의 구경거리 : 호반의 도시에선 역시 호수를 봐야~! 
   춘천의 구경거리는 무엇이 있을까요? 배용준/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 촬영지들? 춘천 명동 골목이나 '준상이네 집'으로 알려진 구 주택 같은 것이 춘천 시내에 있는데 사실 별로 볼 것도 없고 찾는 사람도 적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막국수 박물관, 닭갈비 골목 같은데는, 먹을 때야 좋지만 볼거리로는 사실 적당하지 않고요. 춘천하면 호반의 도시, 따라서 호수를 제대로 보고 오는 것이 가장 좋은 구경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1) 소양댐
   소양댐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제 또래 분들은 예전 국어 교과서에 소양댐 관련 설명문이 하나 실렸던 적이 있어서, 동양 최대의 사력댐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제법 기술적인 얘기까지 아시는 분이 많으실 것 같네요.
   소양댐은 춘천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만, 한번 가볼만 한 곳입니다. 소양댐에서 배를 타고 양구거쳐 인제까지 갈 수 있는, 국내 최대의 담수호입니다.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 가끔 수문을 개방하는데, 그 때도 정말 장관이지요. 하지만 시간 맞춰 그거 챙겨 볼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13년 춘천에 드나들면서 수문 개방한 거 딱 한번 봤네요.
   각설하고, 춘천 여행의 첫코스로 저는 무엇보다도 소양댐을 추천합니다. 산과 산 사이를 막아 만든 댐이니 댐을 보려면 한참 올라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산 아래 소양댐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셔틀 버스를 타고 올라 갔는데, 요즘은 중턱에 자동차 주차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주말, 휴일엔 차량이 넘칠 가능성이 많을 것 같네요) 중턱의 주차장에서 소양댐까지 천천히 걸어올라가는 것도 좋고, 아예 산 아래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셔도 좋습니다. 
   일단 올라가시면 너른 호수가 눈을 시원하게 하고 댐 아래 멀리 계곡이 보입니다. 댐 아래 물이 흘러가는 강에 콧구멍 다리(정식명칭은 세월교)가 가로 질러 있는데, 댐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한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라네요.(저는 발 담궈 본적은 없어요.) 여름이면 수량이 꽤 많은데 다리 위에 서면 늘 시원한 느낌이랍니다. 
   여기 소양댐 정상에서 조금 걸어가시면 물박물관이 있고 거기를 지나 청평사 가는 배를 탈 수 있습니다.  물박물관은,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까지는 좋아합니다. 그러나 4학년 우리 딸은 재미 없다네요.  선착장에서 청평사 까지는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만, 호수 위를 배타고 가는 기분이 꽤나 상쾌 합니다. 특히 봄가을에는 참 좋지요.
   청평사 입구에 내리시면 도토리묵, 감자전 같은 거 파는 음식점들이 많은데,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몇군데 먹어 봤는데, 특별히 맛있는 집은 없다는... 맛집은 따로 정리해서 소개드리겠습니다.
   어쨋거나 청평사 자체는 크게 볼 것이 없기 때문에 굳이 청평사 까지 가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개 우리 식구들은 청평가 입구에 배를 내려서 근처 산보하다가 간단히 감자전 같은 먹고 쉬었다가 다시 소양댐으로 오는 코스를 택합니다. 
   
  2) 의암호와 중도 유원지
   춘천하면 소양댐만 생각하시겠지만, 춘천 인근 북한강 라인에 댐들이 더 있습니다. 소양강은 북한강의 지류이고, 이 소양강이 북한강과 합쳐지는 자리 쯤에 의암댐이 있어서 의암호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춘천은 북한강과 소양강(소양호)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춘천 시내에 가까운 쪽에 의암호가 있습니다.  

   소양댐 구경하고 내려오셔서 춘천 시내 쪽으로 들어오신다면 의암호를 조망할 수 있는 춘천 MBC 사옥 쪽을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춘천 MBC 사옥은 그냥 방송국 건물이 아니라 각종 조각 작품도 많이 전시가 되어 있고 봄 가을이면 풍광이 참 이쁜 건물입니다.  특히 해질녘에 가보시면 황혼에 어우러진 의암호가 참 보기 좋습니다. 춘천 MBC에 알뮤트(R.Mutt) 라는 갤러리 카페가 있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저녁 경치가 일품이라고 하더군요. 안타깝게도 저는 한번도 안가봤습니다. 애 데리고 가 볼 수는 없어서...
   의암호 가운데에 중도유원지가 있는데, 춘천 MBC 근처에 중도 유원지에 가는 선착장이 있습니다. 배타고 건너가시면 자전거 타고 섬을 한바퀴 돌거나 산책 하실 수 있게 되어 있고, 캠핑장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한번 건너가 보시는 것도 좋기는 한데, 남이섬 같이 꾸며져 있지는 않고 규모도 더 작습니다. 

  3)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 그래도 뭔가 다른 것을 원하신다면 추천하는 곳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소양댐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지요. 예전 만화방도 재현되어 있고, 어른들에게는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장소입니다. 저도 딸아이와 한번 가본 곳이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춘천에 막국수 박물관도 있다고 들었는데, 춘천 사는 사람들은 일부러 찾아가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한번도 가본적이 없군요..^^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네비 찍으시거나 인터넷 검색하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으므로 자세한 안내는 패스~~ 


4.춘천의 먹거리 : 역시 막국수와 닭갈비!!
   춘천하면 역시 닭갈비와 막국수입니다. 그래서 막국수 파는 식당도 많고, 닭갈비는 아예 골목이 형성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최근 그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닭갈비의 경우 경춘선 전철로 춘천에 오신 분들이 걸어서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에 가셔 많이 드시는데, 그 쪽의 맛집들 조차 예전 맛을 점차 잃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예전 맛을 유지하고 있는 식당 몇군데 알려드립니다. 
  1) 춘천 닭갈비 
  닭갈비에 갈비는 없습니다!!! 닭갈비는 닭의 갈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닭다리 살을 이용해 만듭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다리뼈가 포함되어 있는 "뼈있는 닭갈비"가 있었고, 살만 발라 만드는 "뼈없는 닭갈비"가 따로 있었습니다.
   판매하는 단위도 요즘 처럼 그램 단위가 아니고 '~대' 였습니다.(다리뼈 기준이기 때문에 1대, 2대 이런 식으로 단위가 정해졌을 거라 추측합니다)  제 기억에는 1인분에 4대인가 그랬었고, 실제 1인분 4대가 양이 많아서 3대나 2대 이런 식으로도 주문이 가능해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였지요.  최근에는 1인분 ~g 식으로 표시가 되고 있습니다만, 예전의 정이랄까 이런 게 많이 약해진 듯해서 좀 아쉽습니다. 

   ① 춘천 닭갈비의 최고봉 : 1.5 닭갈비
   각설하고, 춘천의 닭갈비의 최고봉은 누가 뭐래도 "1.5 닭갈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까지도 최소 한달에 한번은 꼭 먹으러 가는 춘천 닭갈비 맛집입니다. 1.5는 다른 집보다 1.5배 더 준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인데, 최근에 짝퉁으로 2.5 닭갈비 이런 상호들도 등장하고 있더군요.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 시피 주말 식사 시간대에 가시면 100% 기다리셔야 합니다. 사진은 토요일 저녁 때 였는데 대략 20분은 기다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은 충분히!! 있습니다. 1.5 닭갈비 바로 옆에 닭갈비 집이 몇개 있고, 다들 빈자리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모두 1.5 닭갈비에서 기다립니다. 
 

 

   자리가 나서 식사를 하시게 되시면, 사람 수대로 주문을 하시되, 4인 가족이시면 닭갈비 2~3인분에 닭내장 1~2인분 조합으로 시켜 보시기를 권합니다. 닭내장이 생각보다 쫄깃하고 맛있어서, 저는 닭갈비 보다 닭내장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닭갈비는 양배추, 고구마 등 풍부한 야채와 떡볶이 떡과 함께 볶게 되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다 볶아질 때까지 챙겨주십니다. 다른 집에 비해서 1.5 닭갈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친절하게 잘 챙겨주시는 편이라 굳이 직접 뒤집고 챙기실 필요 없을 겁니다. 떡과 야채 먼저 드시고, 고구마 익을 때 쯤 닭갈비 드시고, 조금 더 있다 닭 내장 드시는 순서면 됩니다.  추가로 볶음밥도 맛있고, 우동 사리 볶아 드셔도 괜찮습니다.  
   밥이나 우동 볶아 달라고 하시면, 닭갈비 볶느라 무쇠 불판 위에 생긴 기름 누룽지(?)를 긁어 냅니다. 볶다보면 닭에서 기름이 나오고 이것이 불판 위에 두껍게 내려앉게 됩니다. 춘천에서는 두꺼운 무쇠 불판을 쓰기 때문에 불판을 교환하지 못하고 이것을 긁어낸 다음에 밥을 볶게 되는 것인데,  우리 식구들은 이것을 그렇게 재밌어 합니다. 별 쓸데 없어 긁어낸 것은 모아서 버린다고 하시는데, 왠지 긁어 내는 장면이 재밌어서 딸아이가 한번 해본 적이 있는데, 팔힘과 기술이 필요한 힘든 작업입니다.    
   참고로, 서울 쪽 닭갈비 집에서는 얇은 불판을 쓰고, 불판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제맛이 안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전화번호 ] 033-253-8635 
[ 위치 ] 강원도 춘천시 후평3동 801-13.  자가용으로 가실 경우 식당 바로 앞에는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주말에는 식당 앞에 주차를 하기도 하나 자리가 많지 않은 편이라, 조금 멀리 주차할 공간을 찾으셔야 합니다. 불편하시겠지만, 그래도 불편을 감내할 만 합니다. 
전철로 오시는 경우 택시기사에게 1.5 닭갈비로 가자고 하시거나, 강원대 후문 쪽 인공폭포 있는 삼거리 가자고 하시면 다 알겁니다.


  ② 산골 닭갈비와 통나무집 닭갈비 
  사실 닭갈비 하면 1.5 닭갈비에 필적할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나마 비교 가능한 예전 맛집 한군데와 신흥 강자 한군데 소개 시켜 드립니다. 
  산골 닭갈비는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 안에 있는 닭갈비 집입니다. 명동 닭갈비 골목에 들어가시면 워낙 닭갈비 집이 많고, 호객 행위도 심하게 하고 있어 선뜻 어느 집을 골라야 할 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보통 우리 식구들이 명동에서 닭갈비를 먹게 되면 가는 곳이 산골 닭갈비입니다. 
   춘천 토박이이신 장인어른 말씀에 따르면 닭갈비 골목의 양대 산맥은 "우미닭갈비'와 "산골닭갈비" 두 집이라고 하시는데, 우미닭갈비는 주인이 바뀌었는지 입맛에 안맞다고 하시고, 주로 산골닭갈비에 가십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본적이 없고, 명동 닭갈비 골목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많습니다. 명동 닭갈비 골목은 찾아가기 쉽고, 닭갈비 골목 들어가면 산골 닭갈비 눈에 띄는 곳에 있으므로 자세한 위치 설명은 생략 합니다. 
   춘천 닭갈비 골목에 가시려면, 명동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시고 조금 걸어가시면 됩니다. 주차 공간 넉넉하고 요금도 저렴한 편이나, 차량이 많아 주차 못할 때도 가끔 있을 겁니다. 이럴 때는 길 건너 춘천시청 주차장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위치는 아래 지도 참조. 
 


   통나무집 닭갈비는, 솔직히 저도 한번도 못가봤습니다. 새로 떠오르는 신흥 강자인데, 매번 갈 때 마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못먹고 왔습니다. 위치는 아래에서 말씀드릴 막국수 맛집인 명가 막국수 바로 옆이고, 소양댐 입구 주차장 조금 못미쳐 있는 식당가에 있습니다. 이번 여름 폭우 때 산사태로 안타까운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던, 바로 그 펜션 옆입니다. 손님이 늘 붐비는 편이고, 먹어 보신 춘천분들도 괜찮다고는 하시는데 저는 먹어보지 못해 소개만 해드립니다. 
[전화번호] 033-241-5999
[위치] 소양댐 입구 식당가. 네비에서 소양댐 찍고 가시다보면 나옵니다. 

  2) 춘천 막국수 맛집 : 신구 맛집의 공존. 취향에 따라 다른 선택
   춘천 토박이 어르신들 사이에서 막국수 맛집에 대한 선호는 다소 갈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장인/장모님도 마찬가지이신데, 장인어른께서는 덜 자극적이고 심심한 예전 맛을 좋아하시고, 장모님은 다소 새콤달콤한 요즘 맛을 좋아하십니다. 저는 장모님 입맛에 가까운 편입니다. 
   사실 저는 국수 종류 별로 안좋아하는 편인데, 연애할 때 집사람 따라 춘천와서 막국수를 처음 먹어보고 국수 종류 중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포스팅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관계로... 급 체력이 떨어져서.... ㅜㅜ 막국수 맛집은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① 명가 막국수 : 요즘의 대세
    제가 처음 먹어본 막국수가 명가 막국수에서 먹은 것이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국수 중에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주로 판매하는 메뉴는 막국수. 여기에 추천할 만한 다른 메뉴는 감자전과 돼지고기 수육입니다. 감자전은 순수하게 감자만 갈아서 부치는데, 여기저기 감자전을 많이 먹어봤지만 가장 감자전 스럽게 맛있게 만드는 집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가 참 맛있습니다. 저희 장모님이 일년에 몇번씩 제사 치르시는, 음식 솜씨 좋으신  종가집 며느리이신데,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 하시다가 실패하셨을 정도로, 열무김치 맛이 오묘합니다. 
   춘천에서는 막국수가 국수 사리에 양념이 얹혀져서 나오고 여기에 육수를 붓고 자기 취향에 맞게 겨자나 식초를 더해서 먹게 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설탕이 테이블 마다 준비되어 있어 설탕도 추가해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설탕을 추가 하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명가 막국수는 예전 이름은 호반 막국수였고, 제가 춘천에 드나든 이래 최소 13년을 한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 평일이든 휴일이든, 식사 때든 아니든 언제나 사람이 북적입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영업을 시작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장인어른 말씀으로는 전통의 맛집이라 할 수 있는 남부 막국수, 샘밭 막국수보다는 나중이라고 하시더군요.
   식당 바로 앞에 주차할 공간이 많아서 자동차로 이동하기는 편합니다. 대중 교통으로 가신다면 소양댐 가는 버스 타시고 소양댐 한정거장 전 쯤에 내리시면 될 겁니다. 소양댐으로 방향잡고 가시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 033-242-8443
[위치] 소양댐 입구 가기 약 400-500m 전.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39 
 ※ 소양댐 가다보면 호반닭갈비막국수 라는 집이 있는데, 여기가 아닙니다. 소양댐 쪽으로 더 가셔서 "명가막국수"를 찾아야 합니다.

  ② 남부 막국수 : 전통의 막국수 명가 
   남부 막국수는 춘천 시내, 춘천 경찰서 근처에 있는 그야말로 전통의 막국수 명가입니다. 원래 본점은 허름한 가정집처럼 되어 있고, 여기서 돈을 벌어 경찰서 앞에 새건물을 지었지요. 우리 식구들은 주로 본점에 갑니다만, 신관 건물도 맛은 똑같습니다. 
   남부 막국수는 예전 어르신들 입맛에 더 맞는 듯 합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조금 적고, 조금 더 심심한 편입니다. 제 입맛에는 명가막국수가 좋습니다만, 먹어보면 남부 막국수 역시 참 맛있습니다. 
   남부 막국수는 막국수 외에 메밀 총떡을 한번 먹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감자전 같은 것은, 명가 막국수 쪽이 더 좋아서 추천을 못드리겠네요. 메밀 총떡은 강원도 음식인데, 메밀로 전을 부쳐 안에 무채나물, 당면 등으로 만든 고명을 넣어 만든 것입니다. (떡 아닙니다^^) 저는 참 좋아하는 음식인데, 남부 막국수 아니면 춘천서도 파는 집을 쉽게 찾지 못해서 남부막국수 가면 꼭 먹는 메뉴죠. 

  명가막국수, 남부 막국수 외에 "샘밭막국수"가 전통의 명가로 통합니다. 샘밭 = 泉田. 즉, 명가 막국수의 주소지인 천전리에 있는 예전의 맛집입니다. 왜 "예전"의 맛집이냐면, 원래 식당을 시작하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막국수 맛이 예전 같지 않아서 입니다. 샘밭 막국수는 저희 처가집에서는 할아버지 대 부터 다녔던 막국수 맛집입니다. 예전에는 다른 데 안가고 주로 샘밭 막국수로 가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나 원래 식당을 하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예전 맛이 안나서, 요즘은 전혀 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맛있다는 분들도 꽤 계신데, 가보지를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네요. 

  ③ 원창 막국수 : 최근 발견한 맛집
    원창 막국수는 올해 여름 쯤 처음 가본 막국수 집입니다. 위치는 홍천 넘어가는 5번국도 원창 고개 초입입니다. 서울-춘천고속도로로 춘천으로 들어오시거나, 나가실 때 중앙고속도를 거쳐서 오게 되는데, 중앙고속도로 종점인 춘천 IC와 가까운 위치이므로 고속도로로 이동하실 때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창 막국수는, 일단 위치가 참 좋습니다. 고개 위에 있어서 춘천 시내 전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있습니다. 추천할 만한 메뉴는 물론 막국수 입니다만, 옹심이 칼국수도 아주 맛있습니다. 감자전도 파는데, 찹쌀을 섞어서 반죽을 해서 부친다는 군요.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명가 막국수의 감자전이 더 강원도스러운듯 합니다. 도토리묵 등 다른 메뉴는 크게 뛰어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화번호]033-261-3676
  [위치] 춘천에서 홍천 넘어가는 원창 고개 초입. 강원 춘천시 동내면 학곡리 105-29. 원창고개 쪽으로 올라가시다가 GS칼텍스 주유소가 보이면 바로 거기에서 우회전 하셔서 가파른 좁은 길 쪽으로 조금 올라가시면 됩니다. 한겨울 길이 얼었을 때는 조금 위험할 듯.

5.정리하면서 : 당일치기로 일정을 짠다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가정해서 제가 추천하는 일정을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혹은 수도권) ==> 46번 국도 ==> 에덴휴게소에서 떡볶이 시식. 가는 길에 먹을 잣과자 구입 ==> 소양댐 ==> 배고프지 않으면 바로 청평사행 유람선 승선. 배고프면 명가 막국수에서 점심부터 일단^^ ==> 유람선 승선해서 청평사 선착장으로 고고씽~ ==> 시간이 넉넉하면 청평사까지 산책 (그리 멀지는 않아요) ==> 선착장으로 복귀 ==> 애니메이션 박물관 ==> 춘천 시내로 고고씽~ ==> 시간 여유가 있으면 중도 유원지로 아니면 바로 의암호 산책 ==> 춘천 MBC ==>  라뮤트에서 해지는 의암호 구경 ==> 1.5 닭갈비 or 명동 닭갈비 골목으로 가서 저녁식사 ==> 집으로 고고씽~

저녁에 너무 늦게 출발 하시는 것이 싫으시면, 점심을 춘천 시내로 들어와 닭갈비로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막국수로 점심 드시면 가시는 길에 많이 시장하실 거예요. 그러면 이번 포스팅은 이걸로 끝!! 아 힘들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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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2011. 9. 2. 15:17
제가 요새 푹 빠져 사는 미드가 '24'입니다. CTU(Counter Terror Unit) 요원 잭바우어를 중심으로 한 첩보액션물인데, 딱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1시간에 1회씩, 24회를 한 시즌으로 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죠. 미니 시리즈라기 보다는 러닝타임 24시간인 영화 같은 느낌 입니다.
액션도 액션입니다만, 여러 가지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고 또 순수한 애국심 뒤에 숨은 정치라는 괴물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무서운 것인가도 볼 수 있어서 정말 재밌습니다.
이 24 시즌6에 탐 레녹스 라는 수석 보좌관이 등장합니다. 드라마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만, 민주당 or 진보성향인 대통령 웨인 팔머를 보좌하는 보좌관 중 한 명이죠. 중동 쪽 테러리스트들의 핵 테러 위협에 대해 모든 중동계 사람들은 따로 분리를 해서 수용소로 구금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어찌보면 다소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입니다.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대통령을 설득할 수 없자 사임까지 고려하게 됩니다만, 자기 비서로 숨어든 극우 테러리스트의 대통령 암살 협조 요청에 대해서는 냉정히 선을 긋고, 오히려 신고를 해서 체포하게 합니다. 또 자기 의견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온건 or 진보성향의 다른 수석보좌관의 약점을 잡아 강제로 사퇴를 하게 만들 정도로 자기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긴 하나, 보수 성향의 부대통령이 뇌출혈로 쓰러진 대통령을 대신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 대통령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필요하다며 보좌관 자리를 유지하게 해줍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모습이기는 하겠으나, 이런 것이 진정한 민주사회의 보수주의자가 아닐까 합니다. 자기가 지향하는 이상, 가치관을 위해 양보 없이 전진하지만, 그 과정이 틀리면 그것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 보수든 진보든 이러한 큰 원칙을 포기 하지 않는다면 토론과 협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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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2011. 7. 9. 02:26
제 동생은 대학 때 밴드를 했습니다. 대학가요제 출전한다고 학교 다니던 제 자취집으로 찾아왔던 적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록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Mr.Big 이나 게리 무어의 음악에 심취해 있을 때도 저는 그냥 시끄러운 음악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아, 그 때 동생이 소개 해주었던 게리 무어의 'Still got the blues'를 좋아하긴 했었네요.

얼마 전에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 등장했습니다. 3곡인가 노래를 부르고 맹장 수술 때문에 나가수를 떠났는데도 임재범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에게 임재범은 '사랑보다 깊은 상처', '너를 위해' 등을 부른 가수로 기억되는 사람입니다. 어렴풋이 시나위의 보컬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도 였는데, TV에 유리한 댄스음악들이 대중음악을 장악하면서 무지하게 먹고 살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비슷한 삶을 살아온 다른 사람들의 얘기가 오늘 MBC스페셜 '나는 록의 전설이다' 편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록 중에서도 가장 하드한 헤비메탈 쪽 밴드 백두산의 보컬이었던 유현상은 트롯트 가수로, 시나위의 보컬이었던 김종서, 부활의 보컬이었던 이승철은 솔로로 나서서 먹고 사는 길을 찾아야 했었습니다. 그나마 보컬들은 사정이 나았었더군요. 밴드의 핵심, 기타 리스트들은 그야 말로 궁기가 줄줄 흐르는 삶을 살았더군요. 백두산의 김도균, 부활의 김태원, 시나위의 신대철...
음악적 자존심 때문에 차라리 걸어 다니고, 굶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이 40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처음부터 록 밴드로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먼저 얼굴을 비췄지요. 김태원, 라디오 스타에서 입담을 과시하면서 얼굴을 알리더니 '남자의 자격', '위대한 탄생'으로 완전히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은 자폐를 앓고 있는 그의 아들 때문이었습니다. 아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살기를 소원하는 그의 아내, 바로 그 지점에서 그는 예능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로커가 되었습니다. 노래하는 그도 아름답고, 예능하는 그도 아름답습니다.
임재범은 더 애절 합니다. 갑상선 암이 간과 폐까지 전이된 아내의 치료비가 절박했던 그는, 기대하지 않고 섭외했던 사람들을 놀래키며 스스로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습니다. 노래 하면서 그의 눈에 글썽였던 눈물은 '쑈'가 아니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자존심을 굽히는 로커는 창피해 해야 하는 것일까요?

식구를 먹여 살리지 못하면 어떤 명문도, 어떤 사상도 아무 쓸데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자존심을 굽히고 다시 세상으로 나온 그들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자기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일은 아름다우며, 어느 누구도 욕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그들의 그러한 결정이, 댄스 음악 일변도이던 우리 나라 대중 음악계에 다른 음악도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밴들의 리더가 아니라, 남자의 자격 국민 할매을 보기 위해서라도 부활의 콘서트를 보러 오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시나위의 보컬인지는 몰랐지만, '나는 가수다'의 폭풍 가창력 임재범을 보러 콘서트 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나도 이제 사십대에 들어섰습니다. 길었던 춥고 배고픈 시절을 버텨내고, 자기가 사랑하던 일을 결국 이루어낸 이 40대 로커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잠시 국민할매가 되었다고 해도, 그들은 로커로 살아 남았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죠.

살아가야 할, 아직은 많이 남은 세월. 그 세월을 그렇게 버텨내야 하겠습니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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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2011. 7. 5. 03:14

잭 바우어를 아시는지? 그렇다면 당신은 미드 깨나 봐온 사람일 것이다.
24시 라는 독특한 미드의 주인공인 잭 바우어는 CTU(Counter Terror Unit) 이라는 정보기관의 연방요원이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시간 대로, 한 시간에 1개 에피소드 씩 24회를 한 시즌으로 진행되는 이 미드를 안보셨다면, 굳이 시작할 것을 권하지 않는다. 당신은 24시간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이 미드를 붙들고 있게 될 것이다!!!
잭 바우어는 기존의 첩보물 주인공과 다른, 좀 독특한 캐릭터이다. 그는 굉장히, 정말로 굉장히 애국자이고,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즌3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살포하겠다는 테러리스트가 CTU의 간부인 라이언 샤펠을 죽이라는 요구를 대통령에게 해온다. 이미 바이러스가 살포되어 한 개 호텔에 있던 무고한 사람 800명이 죽어가고 있던 터라, 대통령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샤펠은 바우어의 손에 죽는다.
멕시코 마약왕에게 위장 침투하기 위해, 그의 신임을 얻으려고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할 다른 악당을 죽여 머리를 잘라 가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잡힌 테러리스트를 고문하고, 다리에 총을 쏘고, 심지어 테러리스트의 어린 아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물론 조작된 화면을 보여 주는 거였지만, 아이들에 대한 미국인의 정서를 고려해서 그렇게 한 것이지 실제 상황이면 정말 총을 쏴서 죽이고도 남을 사람이 잭 바우어다.
어쨋거나 "정의란 무엇인가" 책에 사례로 나올 만한 극단적인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는 이 미드에서 나는 미국적 실용주의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백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했던 첩보기관의 요원을 죽여야 한다면?
핵폭탄이 어디 있는지 알기 위해서, 테러리스트의 어린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한다면?
폭발하려는 시한 폭탄이 동료 요원은 손에 묶여 있는데 해체할 방법이 없다면?

이 질문들에 대해 잭 바우어는 무고한 요원을 죽이고, 어린 아이에게라도 총을 쏴대며, 동료 요원의 팔을 도끼로 잘라버리는 선택을 한다.

간단한 산수라면, 잭 바우어의 선택은 옳다.  무고한 한 사람을 죽여서 수백만을 구했고, 어린아이 한명에게 총을 들이대어서 핵폭탄의 위치를 알아 냈으며, 동료의 손목을 잘라 자기와 동료와 나아가서 수백만의 목숨까지 구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덧셈 뺄셈만으로 해결이 되는 것일까?

더 많은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정보를 제공해주는 좀  덜 나쁜 놈은 용서하거나 감형해주는 미국의 법제도는 그런 실용적인 판단으로 얼마나 더 건강해졌을까?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단순한 진리가 무시되고 있는 미국이, 과연 훌륭한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을까?
수백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한명의 무고하고 충성스런 요원을 죽여버리는 나라에서 과연 어떤 사람이 안심하고 살아갈 것인가?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작은 희생은 무시되어도 좋은 것인가? 아니, 큰 희생, 작은 희생은 도대체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24시에 나오는 수많은 극단적인 상황들에서, 나는 과연 어떤 판단을 하게 될 것인지, 또 우리 사회는, 우리 나라는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맞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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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2011. 6. 18. 02:53
얼마 전에 김흥국씨가 진행하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급작스럽게 하차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알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김미화 씨가 시사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원래 코털 김흥국씨가 방송 때 큼직한 사고를 잘 치는 분이라 그냥 그런 사고가 있었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군요.
오늘(6월 17일)에 김흥국 씨는 그 동안의 1인 시위를 마치면서 삭발식까지 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전후 사정이 정리되어 있는 미디어 오늘 기사 링크)

(6/17 찍은 노컷뉴스 사진이네요)

요약하자면, 평소 정몽준 의원과 친분이 있었던 김흥국 씨가 지난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에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을 도왔고, 이것을 놓고 MBC 노조에서는 구체적인 선거 유세 지원활동을 하는 사람도 라디오 진행을 하는데,  얼마 전 진행자로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아 시사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 당한 김미화 씨를 복귀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으며, 웃기게도 이 문제 제기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MBC측은 김미화의 복귀가 아니라 김흥국의 하차를 선택했다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흥국 씨의 정치성향에 동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김흥국 씨는 가수이고, 연예인일 뿐입니다.  그가 노래로, 혹은 그의 막던지는 개그로 그가 지지하는 한나라당이나 그와 친분이 깊은 정몽준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이상, 그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에서 자주 보여주는, 무식한(?) 티를 팍팍 내는 작은 실수들,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그의 허세, 또 축구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재밌기도 하고 또 싫은 부분도 있지만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를 지닌 연예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의 정몽준 의원과의 친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정치 성향은 정작 그가 진행하거나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잘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 성향과 관계 없이 방송 생활을 중립적으로 잘 해온 연예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축구 외에 다른 것으로 삭발 따위를 단행할 것 처럼 보이지 않던 그 김흥국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삭발까지 했습니다. 그의 하차를 두고 MBC 노조를 탓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결국은 근본적인 원인은 김미화 씨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기다 반값등록금 사태, 한진중공업 사태 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소셜엔터테이너 김여진 씨와 오버랩 되면서 김흥국씨의 1인 시위를 마치 생업을 뺏긴 한 연예인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정도로만 비춰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김미화씨의 강제하차 보다도 이번 김흥국 씨의 강제하차가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방송 외적인 이유로 자기 맘대로 쳐냈다가 밀어넣었다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그 대상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축구광 연예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김흥국씨가 다시 2시 만세로 돌아올 수 있기를, 이런 횡포가 앞으로는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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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2011. 6. 3. 02:01
이소라의 노래를 즐겨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노래를 잘 하는 가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딱히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라는 가수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야 말로 '너는 가수다'라고나 할까요.
처음 들었던 노래, '너에게로 또다시' 에서, 뭐랄까 묵직한 감동,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깜짝 놀랐던 것은 그 다음 노래, 보아의 No.1 이었지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잘 나타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노래 송창식의 '사랑이야'는 깊이 있는 목소리로 원래 색깔로 돌아간 듯 싶더니, 그 다음 노래는 정말 완전히 예상을 뒤집는 힙합을 들고 나오더군요. 
소울 다이브를 끌고 등장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포스.  이건 도대체 뭔가 싶었는데, 힙합이라니...
드림하이 1편에서 배용준 이사장이 1류, 2류, 3류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혜미와 백희의 오디션 결과 백희가 합격이라는 얘기에 반발하는 혜미에게 해주는 얘기죠. 1류는 실력도 있고 노력하는 사람, 2류는 실력은 없지만 노력하는 학생, 3류는 실력도 없고 노력도 안하는 사람이 아니라...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얘기를 하죠.
편견. 편견은 한계를 만들기 마련이고, 예술가는 그런 한계가 없어야 하지만 실제 자신의 색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버리는 일은 가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김연우는 그런 자기 색깔을 버리는 것이 조금 늦어서, 또 BMK 도 자신을 색깔을 늘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순위가 불안불안 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소라는 참 대담한 시도를 했고, 그 시도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변화를 즐기는 모습이랄까..
40대에 들어선 나는, 아무래도 편견이라는 것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보면서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아니면 나는 이건 못할 것이다... 이런 편견, 한계들을 깨어버리면서 살았으면 좋겠군요. 나이가 몇살이 되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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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2011. 5. 28. 02:30

오늘 MBC 휴먼다큐멘타리 '사랑'에서 고 최진실 씨의 어머니 얘기가 나오더군요. 제 나이 또래의 남자들이 좀 어렸을 적 진실 누나는 정말 최고의 연인이었지요. 그런 누나가 세상을 스스로 등졌습니다. 그리고 작년엔 동생인 최진영씨 마저 스스로 누나를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네이버에 들어갔더니, SG워너비의 가수 채동하가 스스로 세사을 떠났다는 기사가 올라와있네요. 그의 매니저도 2009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었답니다.
얼마전엔 송지선 아나운서의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는데, 왜 자꾸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가슴이 턱, 막힙니다.

나는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정말,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했을 겁니다. 누군가 책망을 받아야 한다면 그 선택을 한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괴로움 속에 살게 만들었던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일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괴롭고 힘들더라도, 제발 조금만 더 버텨 주기를 바랍니다.  하루하루 숨쉬고 살아가는 일이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티면 해가 뜹니다.  제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 주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면 주위의 가족, 친구들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게 됩니다. 그 고통과 상실감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다시 자살로 내모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스스로 세상을 버릴 생각을 하고 있느 모든 사람들이 조금만 더 버텨 주기를 바랍니다. 그 한명이 무너지면 우주가 망가지는 것과 마찬 가지 입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버텨주기를 바랍니다. 그 고통은 언젠가 지나가고 맙니다. 그것은 해가 뜨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법칙입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주기를...

힘을 내세요 모두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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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2011. 5. 3. 03:12
엊그제 일요일, "나는 가수다"를 챙겨 보지 못했습니다. 임재범이 1등으로 호명되는 것만 보고 노래는 못들어봐서 오늘에야 노래를 한번 들어보려고 MP3 파일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에서 '너를 위해'를 듣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뭐랄까 좀 감정 과잉인듯도 싶고 노래도 일관성 없이 기복이 심한 것 같아 좀 실망 스러웠습니다. 왜 1등일까 이상할 정도였지요. 
그런데 퇴근 전에 회사 후배가 '나는 가수다' 동영상 파일을 보내줬습니다. 퇴근길에 동영상을 보는데, 임재범의 노래가 다르게 들렸습니다. 똑같은 노래였는데, 그냥 노래만 듣는 것과는 달리 동영상으로 볼 때는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임재범... 이제는 40대 후반인 로커. 젊었을 때 같은 매력적인 외모는 간데 없고 짧은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이 어찌보면 참 없어보이는 얼굴인데 그 얼굴이 감동을 줍니다. .
딸아이에 대해 얘기하고, 다른 나가수 멤버들에게는 선배로 불리는 노장. 그의 아내가 암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의 얼굴에 노래가 주는 비장함이 잘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수는 그저 노래만 잘하면 되는 걸까요?   

오랜 세월을 가수로서 살아간다면 그 얼굴도 가수의 얼굴이 되어버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세련되고 정제된 기교가 아니더라도 그 얼굴만으로도 사람을 감동시키는 가수의 얼굴... 임재범의 얼굴에서 나는 그런 가수의 얼굴을 느꼈습니다.  비슷한 가수의 얼굴을 가왕 조용필의 얼굴에서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가수의 얼굴... 그런 얼굴을 가진 가수들이 많아 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나이가 먹었을 때 감동을 주는 어떤 얼굴이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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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굴도 멋있지만...


이 얼굴이 더, 가수의 얼굴 같습니다. 인생이 담겨 있는 것 같은 얼굴...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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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2011. 3. 16. 01:40
그래요, 다나까 씨. 솔직히 나는 당신, 일본인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당신들은 우리 땅인 독도를 당신들 것이라 우기고, 식민 지배를 통해 한국이 근대화 되었다고 우겼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베이징 올림픽 야구 하이라이트는 케이블 방송에서 방송을 할 때 마다 꼭꼭 챙겨보면서 통쾌함을 곱씹습니다. 
며칠 전, 센다이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쓰나미까지 닥쳤다는 속보를 보고 당신네 나라에서 늘 있는 지진이겠거니, 워낙 지진에 이골이 난 나라이니 집 몇채 부서지고 사람 몇 다치고 끝나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벌써 확인된 사상자만 1만명을 넘었고 실종자까지 합치면 10만명이 될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당신이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 마을들에 검은 물이 덮쳐오고, 집들이 무너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그렇게 무너져 내리고, 내 가족들 중 누군가는 행방도 알 수 없는 상태라면 도대체 내 마음은 어떠했을까...

미안합니다. 내 나라 대한민국에서,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우상을 많이 섬기는 일본에 대한 천벌이라는, 정말 천벌 받을 망언을 내뱉는 목사가 있어서요.

또, 미안합니다. '일본침몰'이라고 영화 같은 제목을 붙여서 당신네들의 소식을 전하는 방송이 있어서요.

그러나, 당신의 나라에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 여기도 당신의 불행을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일본 열도에서 사는 일본인, 나는 이 곳 한반도에서 사는 한국인.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우리는 그냥 작은 지구 마을에 사는 같은 인류일 뿐입니다. 오늘 당신이 당하는 일이 내일은 나에게 닥쳐올 지도 모릅니다. 이 지구 위의 어느 누구도 영원한 안락을 누릴 수는 없기에 일본의 당신에게 닥친 불행에 안도의 한숨만 내쉬거나, 남의 일인 것처럼 손가락질 할 수만은 없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지진과 쓰나미, 핵발전소 폭발까지 덮친 일본에서 묵묵히 당신의 삶을 살아 내는 것 처럼, 나도 여기 한국에서 나의 삶을 살아갑니다. 회사를 쉬고 구조를 돕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갈 정도의 인류애를 나는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당신이 그런 것 처럼, 나 역시 목구멍이 포도청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고통에 무심해 지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닥칠 어떤 불행 앞에서 무심해지지 않을 것 처럼 말이지요. 나는 당신을 돕기 위해 아주 작은 기부 밖에 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절망하지 않기를, 기어이 일어나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하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들이 저질렀던 2차대전을 반대합니다. 그건 나빴습니다. 그러나 그 패배한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다시 일어섰던 당신들의 의지와 용기가 이번 지진과 쓰나미 앞에서도 발휘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0만의 가족, 친지를 잃은 슬픔도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힘을 내요, 다나까 씨.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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