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그리고 사진 2017. 1. 30. 21:09

내 취미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스스럼 없이 '사진'이라고 얘기 하기는 하지만 사실 사진 찍는 것보다는 이것저것 카메라를 샀다가 팔았다 하는 게 취미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딸아이가 유치원 들어갈 때 쯤 부터, 아빠의 취미에 호응해서 모델 노릇 해주는 것을 무지 귀찮아 하기 시작했다. 제일 만만한 모델이 호응을 안해주니 사진을 찍을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전에는 그래도 사진 찍는 것과 카메라를 쓰는 일이 반반 쯤 되었던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사진 찍는 실력은 경력에 비해서는 너무 허접하다. 한때는, 동호회에서 이쁜 모델 섭외해서 나가는 야외 출사나 스튜디오 촬영회에 열심히 쫓아 다니기도 했지만 그런 사진이 내게는 큰 만족을 주지는 못한다. 동호회 갤러리에 올라 오는 이쁜 '츠자'들의 사진들, 사진도 잘찍었지만 거기다 '뽀샵'으로 보정도 정성스럽게 해서 정말 참 눈돌아가게 멋진 사진들이 많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 초절정 내공이 부럽지는 않다. 
뭐랄까, 나같은 아마추어들은 '생활사진가'라는 표현이 맞을 텐데 '생활'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그런 사진들을 많이 남기고 싶다. 
그런면에서... 나는 꼭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물론 비싸고 좋은 카메라가 부럽긴 하다. 그러나 나는 생활사진가 아닌가.... 생활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다만 어떤 카메라에는 잘만든 기계들이 주는 아름다움, 매력 그런 것이 있다. 그것은 꼭 클래식 카메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미놀타 알파 7 같은 카메라는 전자부품으로 꽉찬 카메라이지만 나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직한 엔지니어의 뚝심과 창의가 엿보여서 그렇다. 
그래서 일까 나는 이것 저것 카메라를 많이 써봤다. 크게 비싼 것을 써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일렬로 세우면 꽤 많은 수가 될 것 같다. 내가 찍어온 사진들은 어쩌면 내가 샀다 팔었던 그 카메라들의 역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진을 정리해보려던 생각을 고쳐먹고 '나의 장비 편력기'를 써보려고 한다. 얼마나 길어질지 끝까지 쓸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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