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2011. 6. 18. 02:53
얼마 전에 김흥국씨가 진행하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급작스럽게 하차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알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김미화 씨가 시사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원래 코털 김흥국씨가 방송 때 큼직한 사고를 잘 치는 분이라 그냥 그런 사고가 있었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군요.
오늘(6월 17일)에 김흥국 씨는 그 동안의 1인 시위를 마치면서 삭발식까지 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전후 사정이 정리되어 있는 미디어 오늘 기사 링크)

(6/17 찍은 노컷뉴스 사진이네요)

요약하자면, 평소 정몽준 의원과 친분이 있었던 김흥국 씨가 지난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에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을 도왔고, 이것을 놓고 MBC 노조에서는 구체적인 선거 유세 지원활동을 하는 사람도 라디오 진행을 하는데,  얼마 전 진행자로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아 시사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 당한 김미화 씨를 복귀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으며, 웃기게도 이 문제 제기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MBC측은 김미화의 복귀가 아니라 김흥국의 하차를 선택했다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흥국 씨의 정치성향에 동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김흥국 씨는 가수이고, 연예인일 뿐입니다.  그가 노래로, 혹은 그의 막던지는 개그로 그가 지지하는 한나라당이나 그와 친분이 깊은 정몽준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이상, 그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에서 자주 보여주는, 무식한(?) 티를 팍팍 내는 작은 실수들,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그의 허세, 또 축구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재밌기도 하고 또 싫은 부분도 있지만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를 지닌 연예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의 정몽준 의원과의 친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정치 성향은 정작 그가 진행하거나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잘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 성향과 관계 없이 방송 생활을 중립적으로 잘 해온 연예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축구 외에 다른 것으로 삭발 따위를 단행할 것 처럼 보이지 않던 그 김흥국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삭발까지 했습니다. 그의 하차를 두고 MBC 노조를 탓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결국은 근본적인 원인은 김미화 씨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기다 반값등록금 사태, 한진중공업 사태 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소셜엔터테이너 김여진 씨와 오버랩 되면서 김흥국씨의 1인 시위를 마치 생업을 뺏긴 한 연예인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정도로만 비춰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김미화씨의 강제하차 보다도 이번 김흥국 씨의 강제하차가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방송 외적인 이유로 자기 맘대로 쳐냈다가 밀어넣었다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그 대상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축구광 연예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김흥국씨가 다시 2시 만세로 돌아올 수 있기를, 이런 횡포가 앞으로는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Mr.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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